사회공헌 story

8월 3, 2023

서초구 주거 취약 이웃의 무료이사를 돕다

요즘 정말 많이 덥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인데요.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저희로서는 아주 힘든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희보다 더 힘든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주거 취약계층입니다. 이렇게 이상 기온으로 폭염이 찾아올 때마다 에어컨 없이 찌는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분들의 모습이 뉴스에 자주 담기곤 합니다. 그때마다 마음이 참 아팠는데요.

최근에 서초구의 한 무허가 주택에서 어렵게 생활하시던 이웃분의 이사를 무료로 도와드릴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차장 건물 한켠에서 노모와 함께 생활하던 이○○ 씨인데요. 쾌적한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 환하게 웃던 이씨의 얼굴을 잊지 못합니다. 오늘은 그날의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노모와의 정이 깃든 무허가 주택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 도착한 곳은 서초구의 한 주차장 건물이었습니다. 그 한 켠에서 생활을 해오셨던 것입니다. 좁은 공간이 워낙 좁은 터라 여러 살림살이가 뒤얽혀 작업자들이 짐을 포장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이씨와 함께 살던 가족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이씨의 어머니입니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책임졌던 어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때부터 이씨의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데다가 글도 읽고 쓸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건물주의 퇴거요청이 더해져 이씨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습니다. 고독사 위기까지 갔던 이씨는 다행히 이웃에게 발견됐고, 서초구청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돼 도움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구청의 도움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이씨는 현재는 건강을 회복해 삶의 의지도 많이 되찾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올해 초 그 노력이 빛을 봤습니다. 장애인지원주택에 당첨돼 안전한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된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저희 월드브릿지익스프레스는 당연히 함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 함께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좁은 무허가 주택이어서 작업 환경이 좋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포장을 준비했습니다. 옛 집에서 챙겨야 할 물건과 버려야 할 물건을 분류하고 폐기처리까지 도와드렸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장애인지원주택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송파구의 장애인지원주택에 짐을 싣고 도착했을 때도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이씨를 만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사 축하드려요.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입주 축하드려요.”

인사를 받은 이씨는 말씀 없이 웃기만 하셨는데요. 깨끗한 방과 거실, 화장실, 세탁실을 확인한 이씨는 “좋다”는 한마디를 남기셨습니다.

그사이 작업자들은 부피가 큰 가구부터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안방에 들이고 이어서 옷장을 방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살림살이 짐들을 차례로 날랐습니다.

이날 배치해드린 물건 중에는 서초구에서 지원해주신 물품들이 많았습니다. 침대와 냉장고, 세탁기, 밥솥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건들이 새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특히 침대의 경우엔 사용하려면 조립이 필요했는데 가구 조립을 전문으로 하는 작업자가 있어 이 부분을 도와드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던 옷장 이곳저곳을 확인해서 부실한 부분을 손 봐드리고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수평도 새로 맞춰드렸습니다. 또 적당한 자리에 못을 박아 거울도 달아드렸습니다.

이사를 하고 난 후 남은 가장 큰 일은 박스에 담긴 짐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한쪽은 실명되고 한쪽은 약시인 이씨에겐 더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작업자들이 물건 정리부터 옷 정리까지 도와드렸습니다. 작업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조금이나마 손을 덜어드렸단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작은 조각에 다치시지 않도록 바닥 청소를 해 드렸습니다.

월드브릿지에서 작은 선물도 준비했는데요. 바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한 에어컨입니다. 이삿날 깨끗한 중고 에어컨을 준비해서 설치까지 도와드렸습니다. 이번 여름은 많이 덥다는 뉴스를 보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데요. 요즘의 날씨를 보면 에어컨을 달아드리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